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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의 사생활 - 블랙홀을 둘러싼 사소하고 논쟁적인 역사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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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의 사생활 - 블랙홀을 둘러싼 사소하고 논쟁적인 역사

지상의책

마샤 바투시액 지음, 이충호 옮김

201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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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블랙홀만큼 ‘핫한’ 천체가 또 있을까? 오랫동안 물리학계의 커다란 논란거리였으며 오늘날엔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 인기 연구주제이기도 하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블랙홀은 어떤 의미로는 태양 못지않게 뜨거운 천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수의 천체물리학자들만이 블랙홀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던 시대는 훌쩍 지나가고, 어느덧 우리는 중력파 검출 소식마저 접했다. 즉 현대의 연구자들과 최첨단 장비는 지구에서 약 13억 광년 떨어진 두 블랙홀이 충돌할 때 발생한 신호까지 이미 탐지해낸 것이다. 그러나 블랙홀에 대한 지식이 일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결코 순조롭지 않은 여정이 있었다. 1780년대에 블랙홀 개념의 전신이라고 할 만한 것이 학계에 등장한 이후 20세기 후반에 관측을 통한 증거를 얻기까지, 학자들은 ‘기이한 천체’에 대해 길고도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그렇다면 블랙홀의 존재를 둘러싸고 그들이 그토록 열띤 논쟁을 이어갔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을 이 책 《블랙홀의 사생활》이 들려준다.

이 책은 뉴턴이 중력을 발견한 순간부터 LIGO(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가 중력파를 발견하기까지 물리학자들이 거쳐온 자취를 찬찬히 다룬다. 바로 그 자취에 블랙홀 연구사(史)가 있다. 전파천문학과 X선천문학의 발달,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여러 물리학자들이 일반 상대성 이론을 단단하게 발전시켜나간 궤적 등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자연스레 블랙홀 개념의 정립 과정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이 책은 일반 상대성 이론과 천체물리학이 연결되는 과정의 역사적 기록이자, 저항을 극복하고 마침내 정립되는 한 개념에 대한 극적인 서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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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주의자들에게 버림받고,
아인슈타인에게 미움을 받고,
스티븐 호킹이 킵 손과 내기를 걸었던 개념, 블랙홀
그 기묘한 천체에 관한 거의 모든 역사와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

사실 블랙홀만큼 친근한 천체도 드물다. 적어도 블랙홀이라는 천체의 이름만큼은 우주에 관심이라고는 없는 사람들의 입에도 정말 자주 오르내리지 않는가. 검색창에 ‘블랙홀’을 넣어 보기만 해도 새삼 알 수 있다. 이 개념이 얼마나 여기저기에서 환영받고 있는지를 말이다. 출구 없는 매력을 지녔다는 연예인에게도, 인구를 빠르게 유입하는 지역을 빗댈 때에도, 혹은 예산 낭비의 주범이 되는 사업에 대해 표현할 때조차 누군가는 블랙홀을 끌어다 쓴다. 말하자면 무언가를 잘 빨아들이는 성격을 말하는 데 블랙홀이라는 비유가 흔히 쓰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친근한 이름에 걸맞게 블랙홀이란 천체가 친숙하다고 느끼는 이들도 많을까? 물론 블랙홀과 관련된 최신 연구 동향에 대한 소식은 언론을 통해 심심찮게 전해지며, 블랙홀이 어떤 특징을 보이는지 소개하는 대중과학서도 이미 서점엔 여러 권 깔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을 멀게만 느끼는 적잖은 사람들은 아직 블랙홀에 대해 그저 ‘집어삼키는 모든 것을 꽉 붙들고 아무것도 방출하지 않는, 우주의 어떤 영역’이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블랙홀은 아직 그다지 친근하지 않은 천체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블랙홀이란 말을 제대로 쓰고 있는 건지, 정작 블랙홀은 어떤 천체인지 등에 대해 궁금증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이 책 《블랙홀의 사생활》 속 이야기를 특히 반가워할 것이다. 이 책은 블랙홀 개념이 생겨나기 전에 이루어졌던 중력 연구부터 오늘날 블랙홀 충돌의 증거가 발견되기까지의 역사를 들려준다. 바로 그 역사 속에서 독자들은 블랙홀의 특징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며 나아가 블랙홀의 사생활마저 목격한 느낌을 덤으로 받게 될 것이다.

책의 제1장부터 제3장까지는 현대적인 블랙홀 개념이 탄생하는 데 바탕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중력의 연구가 어떤 역사를 거쳐 이루어졌는지 이야기한다. 뉴턴의 업적이 절대적 권위를 떨치던 때부터, 일반 상대성 이론을 통해 아인슈타인이 뉴턴의 법칙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역으로까지 중력의 법칙을 확대시킨 시기까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제4장부터 제6장까지는 블랙홀 개념이 다양한 반발에 부딪히며 발전해가는 과정에 대해 주로 다룬다. 백색왜성과 중성자별에 대한 연구를 통해 별의 극적인 붕괴에 대한 비밀을 밝혀낸 학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후 제7장 ‘물리학자가 되기에 이보다 더 흥미진진한 시대도 없었을 것이다’를 통해서는 일반 상대성 이론에 대한 연구가 다시 활기를 띤 시기의 물리학계를 엿볼 수 있다. 중력에 대한 관심이 부활한 이 시기에는, 중력 붕괴가 일어난 천체를 연구한 학자들에 의해 블랙홀의 특징이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블랙홀 개념이 전파천문학의 발전, 상대론자들의 심포지엄 등을 통해 학계에서 더욱 정교하게 자리를 잡아가게 되는 양상은 8장에서 9장까지 비교적 자세히 다루어진다. 블랙홀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까지 일어나고 X선 방출원의 발견으로 인해 블랙홀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더 강력한 증거가 밝혀지는 등의 과정은 제10장과 제11장에 걸쳐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제12장에서는 스티븐 호킹의 업적을 상세히 다룬다. 이른바 ‘호킹 복사’를 발견하고 중력과 양자역학 사이의 연결 관계를 볼 수 있게 함으로써 ‘블랙홀 물리학’을 바꿔놓은 호킹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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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특징

현대 천체물리학의 가장 뜨거운 연구주제인 블랙홀의 모든 것
매년 가을 ‘노벨상 철’이 돌아온다. 이 즈음 누군가는 세계 평화에 기여한 사람들과 이 시대의 가치 있는 문학에 대해 판돈을 걸고 또 어느 나라에서는 언론마다 습관처럼 자국의 작가가 문학상을 탈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비교적 과학 분야의 수상자들은 조용하게 발표되는 편인데, 2017년에도 노벨상의 과학 분야 수상자 발표는 이렇다 할 갑론을박 없이 이루어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물리학상의 결과는 이미 한 해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점쳐온 바에서 크게 비껴나지 않았다. 주인공은 바로 라이너 바이스, 킵 손, 배리 배리시였다. LIGO에서 중력파 관측을 해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것이 노벨상 위원회가 밝힌 선정의 변이다. 말하자면 학계 안팎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미 ‘그거야말로 노벨물리학상감’이라고 예상했을 정도로 역사적인 성과가 바로 ‘중력파 검출’이었던 것이다.

세계 물리학계의 동향을 알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 중에서도 아마 노벨 물리학상의 결과를 접하며 중력파에 대한 궁금증을 가져본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블랙홀의 사생활》 저자인 마샤 바투시액은, 중력파란 ‘시공간의 구조 자체에 생긴 흔들림’이라고 설명한다. 이 흔들림은 초신성 폭발, 중성자별의 회전, 블랙홀의 충돌 등으로 발생한다. 그래서 학자들은 중력파의 검출이 블랙홀의 존재에 대한 ‘직접적’ 증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왔었는데, 바로 그 기대가 마침내 LIGO 연구진들에 의해 실현된 것이다. 이들에 의해 발견된 중력파는 지구에서 약 13억 광년 떨어진 은하에서 거대한 두 블랙홀이 서로의 주위를 돌다가 충돌하고 마침내 합체되면서 내는 신호였다.

이렇게 블랙홀의 직접적인 증거가 밝혀지기까지의 역사가 바로 이 책에 실려 있다. 그리고 이 역사는 블랙홀의 특징, 블랙홀 연구에 필요했던 관련 이론의 발전상까지 자연스럽게 아우른다. 저자는 뉴턴이 중력과 행성 운동을 설명할 수 있는 법칙을 내놓은 후 아인슈타인이 뉴턴의 절대 시간 개념과 절대 공간 개념을 허물고 마침내 일반 상대성 이론을 도입하게 되는 과정을 책의 앞부분에서 먼저 다룬다. 그 후 여러 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던 일반 상대성 이론의 발전, 전파천문학의 탄생에 따라 가시광선 이외의 영역도 포착할 수 있게 된 기술의 발달에 대해서도 상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또한 물리학자들에 의해 별의 생애에 대한 연구, 중력 붕괴라는 주제에 대한 탐구 등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꼼꼼하게 살펴본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양자역학적 버전 블랙홀’의 가능성을 열어 보여준 스티븐 호킹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펼쳐놓으며 블랙홀이 품고 있었던 비밀을 가만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 《블랙홀의 사생활》은 블랙홀의 모든 것을 담아놓은 역사적 기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블랙홀의 직접적 증거에 열광할 만큼 블랙홀은 이 시대 물리학의 가장 뜨거운 연구 주제 중 하나로 떠올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 천체에 선뜻 다가가지 못한 이들에게 이 책은 친절한 안내서 역할을 해줄 것이다. 현대물리학의 가장 뜨거운 연구 주제에 다가가는 길은 이제 그다지 험난하지 않을 것이다.

블랙홀은 이름에서 느껴지는 호기심만큼, 아니면 그 이상으로 이론물리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주제이다. 그런데 그 존재의 직접적인 증명은 최근에서야 블랙홀 충돌로 발생한 중력파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저자 마샤 바투시액은 블랙홀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는 과정부터 중력파의 탐지가 이루어지기까지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을 흥미진진하게 서술한다. 현대물리학의 가장 뜨거운 주제인 블랙홀을 알고 싶은 누구에게라도 추천하는 책이다. -곽보근 (세종대학교 물리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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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상대성 이론과 천체물리학이 연결되는 과정의 정교한 기록
역사적인 중력파 검출 소식과 관련된 보도에서 중력파 앞에 수식어로 흔히 붙는 말이 있다. 바로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에 예견했던”이라는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 이론을 완성한 직후인 1916년과 1918년에 중력파의 존재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책의 저자 마샤 바투시액에 따르면, 아인슈타인은 전하가 안테나를 따라 위아래로 움직일 때 전자기파가 발생하는 것처럼 질량이 움직일 때 중력파가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아인슈타인의 가장 중요한 업적인 일반 상대성 이론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이루어지게 만든 것도 바로 블랙홀이라 할 수 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이 정교해지는 바탕에서 블랙홀 연구의 성과가 발전해온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뉴턴의 절대 시간 및 절대 공간 개념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에 도전하며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아인슈타인은 마침내 일반 상대성 이론을 내놓았다. 그는 시공간을 광대한 고무천에 비유했다. 아인슈타인에 의하면 공간은 그저 텅 빈 상태가 펼쳐진 것이 아니고 끝없이 펼쳐진 고무천처럼 물리적 실체를 가진 것이다. 별이 이 고무천 위에 놓였다고 가정하면, 별의 질량이 클수록 쑥 꺼진 부분이 깊을 것이다. 또한 행성들은 움푹 팬 부분을 따라 움직인다. 이런 관점에서 아인슈타인은 중력을 힘으로 보기보다는 시공간에 생긴 굴곡이 빚어내는 결과로 보았다. 즉 아인슈타인은 중력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며 중력이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강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이론을 내놓았던 것이다. 이후 이 이론에 주목한 여러 학자들에 의해 시공간의 곡률에 대한 관측과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모든 질량이 아주 작은 크기로 압축되었을 때 그 주위에 아무것도 탈출할 수 없는 구형 공간, 즉 ‘사건의 지평선’이 생긴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 서서히 블랙홀의 정체가 드러났다. 해를 거듭하면서 중력 붕괴가 일어나는 천체에 관한 이론을 발전시킨 학자들은 곧 일반 상대성 이론의 부활을 이끈 이들이기도 했다. 다시 말해 블랙홀의 비밀은 천체물리학에 일반 상대성 이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들에 의해 밝혀진 셈이었다.

이 책 《블랙홀의 사생활》에는 이렇게 천문학자들과 물리학자들이 우주가 실제로는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거대한 에너지원들로 가득 찬 공간임을 알게 되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서술되어 있다. 저자는 중력이 압도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우주의 세계에 적용할 수 있도록 중력 법칙을 확대한 아인슈타인의 업적뿐만 아니라 아인슈타인 이후의 학자들이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전시켜 나가며 블랙홀 연구의 바탕을 다진 과정에 대해서도 촘촘하게 추적해낸다. 일반 상대성 이론의 발전을 둘러싼 과학사에 한층 더 쉽게 접근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저자의 글쓰기는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천문학자와 물리학자들은 블랙홀의 개념을 받아들이면서 그것이 우주에 정말로 존재하는 대상인지를 입증하기 위한 분투와 노력을 다해왔고, 그 존재의 간접적인 증거를 찾아냈다. 이 책에 담겨진 주옥같은 글들은 ‘블랙홀’이라는 신비로운 키워드 하나를 관통하여 기술한, 인류가 이룩해낸 지적 승리의 과정에 대한 역사이다. 독자들은 현재를 사는 우리가 진실로 역사적인 순간을 살고 있음을 즐기고 기뻐해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미래에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은 이제 ‘일반 상대론’을 공부하는 것이 가장 전도유망한 길 중 하나라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중력의 시대’가 밝아오고 있으니 말이다. -오정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총무간사,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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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을 둘러싼 유명 물리학자들의 논픽션 드라마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 블랙홀의 모습을 구현한 장면이 나온다. 원래 우리는 빛이 나오지 않는 블랙홀을 볼 수 없지만, 영화를 통해서나마 이제 블랙홀이 원반을 만들고 빛을 내는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서만 이 영화를 본 관객이 천만이 넘은 것으로 집계되었다고 하니 영화로 블랙홀의 생김새 정도는 확인한 이들이 상당수인 셈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블랙홀에 대한 이론을 이해하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만하면 블랙홀은 이제 꽤나 대중적인 천체가 된 셈이지 않을까.

그런데 사실 이 천체는 일반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블랙홀’이라는 용어는 1964년에 처음 활자화되었고 공식적인 이름으로 정해진 때는 1967년이다. 블랙홀은 오히려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다. 1783년 영국의 천문학자인 존 미첼이 뉴턴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블랙홀 개념을 내놓은 이후 관측을 통해 블랙홀의 존재의 증거를 얻을 때까지 200년가량의 시간 동안, ‘기묘한 천체’를 둘러싸고 학자들은 크고 작은 논쟁을 벌였다. 블랙홀의 존재 가능성 자체를 의심하고, 나아가 블랙홀이 터무니없는 것임을 증명해주는 물리학 법칙을 발견하길 원하는 물리학자들마저 여럿이었다.
캐나다의 물리학자인 베르너 이스라엘은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블랙홀의 역사와 대륙 이동의 역사 사이에는 흥미로운 유사점이 있다. 1916년 무렵에 이 두 가지 개념을 지지하는 증거는 이미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지만, 둘 다 비합리적 태도에 가까운 저항에 부닥쳐 거의 50년 동안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즉 물질의 영속성과 안정성에 관한 믿음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블랙홀에 대한 연구는 오랫동안 반대와 저항을 맞닥뜨려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관측 기술이 발달하고 과학자들이 중력, 빛, 물질에 대한 연구를 발전시켜감에 따라 상황은 달라졌다. 퀘이사, 펄서, 강한 X선과 감마선 방출원 등의 발견을 통해 붕괴한 천체의 위치를 알 수 있게 되었고, 결국 어마어마하게 커진 중력과 회전 속도를 지닌 천체를 밝혀내기에 이르렀다.

이 책의 저자는 블랙홀 개념이 정립되기 훨씬 이전부터 이어져온 학자들의 논쟁과 물리학계의 뒷이야기를 소설처럼 재미있게 풀어놓는다. 찬드라세카르가 주장한 별의 극적인 붕괴 개념에 대해 아서 에딩턴이 “별이 이렇게 터무니없는 방식으로 행동하지 못하도록 막는 자연의 법칙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면서 청중의 웃음을 산 일화,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오펜하이머가 블랙홀에 대한 최초의 현대적인 기술(記述)이라 할 수 있는 논문을 발표했음에도 별다른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던 시절의 이야기 등을 저자는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박진감 있게 풀어낸다. 블랙홀을 둘러싼 학계의 뒷이야기를 훔쳐보듯 읽는 동안 독자들은 중력, 시공간 개념, 별의 일생 등에 대해 어느새 심화 학습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고급 물리학 지식을 동원하며 이해해야 하는 글이 아니기 때문에 ‘물포자(물리포기자)’의 전력을 지닌 독자라 할지라도 겁먹을 필요가 없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물리학자들이 카메오로 대거 등장하는” 이 책이 안내하는 대로 “블랙홀이 과학사 속에서 걸어간 그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가보자. 저자의 친절한 안내를 통해 블랙홀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물리 지식을 자연스레 상기하고 블랙홀의 존재가 인정받는 과정을 목격하다 보면 그야말로 ‘블랙홀의 모든 것’에 몇 발짝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블랙홀은 단지 SF에 등장하는 흥미로운 소재일 뿐 아니라, 실제로 우주에 존재하는 흥미진진한 연구 대상이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뛰어난 과학자들이 블랙홀을 인정하지 않았던 이유는 아마도 블랙홀이 가진 그 기괴함에 대한 회피였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블랙홀 탐구 과정의 우여곡절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베일에 쌓여 있던 블랙홀의 적나라한 사생활을 속속들이 보게 될 것이다. -우종학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블랙홀 교향곡》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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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내용

블랙홀은 너무나도 기이한 존재다
천체물리학자가 칵테일파티에 참석했을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바로 블랙홀에 관한 것이다. 물론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블랙홀은 정말로 너무나도 기이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유명한 블랙홀 전문가이자 칼텍의 이론물리학자인 킵 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블랙홀은 유니콘과 가고일처럼 실제 우주보다는 공상과학과 옛날 신화의 영역에 더 어울리는 것처럼 보인다.” (본문 9페이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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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블랙홀이라 부르는 천체를 상상하다
미첼은 자신의 시나리오를 극한까지 밀고 나갔다. 그는 별의 질량이 아주 커서 마치 분수에서 솟아오른 물이 최대 높이에 이른 다음에 다시 아래로 떨어지는 것처럼 “모든 빛이…… 자신의 고유 중력 때문에 자신에게 되돌아가는” 때를 추정해보았다. 별에서 빛 미립자가 단 하나도 탈출하지 못하면, 그 별은 하늘에서 검은색 점처럼 영원히 눈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미첼의 계산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는 별의 밀도가 태양과 같을 경우 그 지름이 태양의 약 500배에 이를 때 일어난다. 그런 별이 우리 태양계에 있다면, 그 가장자리는 화성 궤도 바깥까지 뻗을 것이다. (본문 36페이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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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 날 용서해 주세요
아인슈타인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공간은 그저 텅 빈 상태가 광대하게 펼쳐져 있는 곳이 아니라, 끝없이 펼쳐진 일종의 고무천처럼 물리적 실체를 갖고 있다. (중략) 그 결과로 뉴턴의 텅 빈 상자는 갑자기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 공간은 시간이 시작된 이래 사람들이 죽 상상해온 것처럼 아무활동도 일어나지 않는 텅 빈 장소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아인슈타인은 물리학에 새로 도입된 물리적 실체인 시공간이 대체로 우주에서 현실을 빚어내는 주역임을 보여주었다. 그는 자전적 글에서 자신의 이 업적을 돌아보면서 “뉴턴, 날 용서해주세요.”라고 썼다. (본문 64페이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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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세계에서 그토록 기이한 천체는 생길 수 없다
1935년 1월 11일에 런던에서 열린 왕립천문학회 회의에서 찬드라세카르가 주장한 별의 극적인 붕괴 개념을 놓고 토론이 벌어졌을 때, 아서 에딩턴은 이 이야기를 듣고 불쾌한 나머지 악명 높은(자주 인용되는) 발언을 내뱉었다. “별이 이렇게 터무니없는 방식으로 행동하지 못하도록 막는 자연의 법칙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청중 사이에서 큰 웃음이 터져나왔다.
얼마 전에 왕립천문학회에서 자신의 논문을 발표하고 정중한 갈채까지 받았던 찬드라는 에딩턴의 이 신랄한 발언을 듣고서 경악했으며, 청중의 반응에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찬드라는 계산을 할 때 몇 주일 동안 에딩턴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이 위대한 과학자는 비판의 말을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찬드라에게 필요한 계산기를 구하는 데 도움까지 주었다. 에딩턴은 비열하게도 찬드라가 얻은 결과를 공격하기 위해 공적인 논의의 장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린 것처럼 보이는데, 그럼으로써 그것을 천체물리학의 역사에서 가장 악명 높은 지적 대결 중 하나로 만들었다.(중략)
영국의 최고 권위자에게 조롱을 당한 일은 젊은 연구자에게는 과학적으로 치명적인 굴욕과 좌절을 안겨주었는데, ‘찬드라세카르 한계’가 천체물리학 교과서에서 기본적인 값으로 실리기까지는 20년 이상이 걸렸다. 그리고 (훨씬 뒤인) 1983년에 찬드라는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본문 106~111페이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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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심연 속으로 붕괴하는 물질
오펜하이머와 스나이더는 별이 하나의 점, 즉 밀도가 무한대이고 부피가 0으로 압축된 특이점(존재 자체가 불가능해 보이는)으로 붕괴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방정식은 이런 결과를 가리켰지만, 그들은 그것을 직접 말하길 망설였다. 왜냐하면, 특이점은 물리학자들에게 공포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극단적인 조건에 맞닥뜨린 이론에 뭔가 잘못된 게 있으며, 계산에 사용한 수학이 물리학을 더 이상 유효하게 기술하지 못하는 영역에 들어섰다는 신호였다. (중략)
이렇게 난처한 상황을 감안해 오펜하이머와 스나이더는 그 정도 선에서 그치길 원했다. 그들이 보고한 것만 해도 충분히 기이했다. 베르너 이스라엘은 이렇게 평가했다. “이 분야에서 발표된 논문 중 가장 과감하고 불가사의할 정도로 예언적인 논문이었다……. 이 논문은 지금도 수정할 게 전혀 없다.” (본문 147~149페이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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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이라 부르는 게 어때요?
1756년 6월, 인도 캘커타 후글리 강변에 위치한 영국군 주둔지 윌리엄 요새에서 영국인 남성 144명과 여성 2명이 벵골 태수 시라지 우드-다울라의 군대에 포로로 붙잡혔다. 한 역사학자에 따르면, 시라지의 부하들은 적어도 64명의 인질을 ‘블랙홀’이라는 작고 비좁은 방에 하룻밤 동안 가두었다고 한다. 무덥고 숨 막히는 그날 밤의 악몽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20명을 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끔찍한 사건 이후 ‘블랙홀’이란 단어는 일단 들어가면 절대로 나올 수 없는 감금 장소를 가리키는 뜻으로 쓰였다.
휠러는 전파 펄서가 발견된 후 NASA고더드우주연구소가 1967년 가을에 신속하게 뉴욕 시에서 개최한 학회에 자신이 참석해 ‘블랙홀’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그 불가사의한 신호는 적색거성이나 백색왜성, 중성자별에서 날아오는 것일까? 휠러에 따르면, 그곳에 모인 천문학자들 앞에서 그것은 자신이 주장했던 “중력 붕괴가 일어난 천체”일지 모른다고 말했다고 한다. “내가 그 용어를 네댓 번 사용했을 때, 청중 속에서 누군가가 ‘블랙홀이라 부르는게 어때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 용어를 채택했다.” (본문 243~244페이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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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과 킵손의 내기
백조자리 X-1이 블랙홀이라는 전망은 흥미진진하면서도 많은 논란을 낳았다. 논란의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던지 스티븐 호킹과 킵 손이 1974년 12월에 칼텍에서 내기를 걸기까지 했다. 유명해진 이 내기에서 호킹은 백조자리 X-1이 블랙홀이 아니라는 데, 손은 블랙홀이 맞다는 데 걸었다. 각자 미국과 영국의 선정적인 잡지를 걸고 종이 위에 손으로 쓴 그 내기 계약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스티븐 호킹은 일반 상대성 이론과 블랙홀에 투자를 한 것이 많아 보험을 들길 원하고, 킵 손은 보험 없이 위험하게 사는 쪽을 선호한다. 그러므로 스티븐 호킹은 백조자리 X-1에 찬드라세카르 한계를 넘는 질량의 블랙홀이 없다는 쪽에, 킵 손은 있다는 쪽에, 각각 <펜트하우스Penthouse> 1년 치 구독권과 <프라이비트 아이Private Eye> 4년 치 구독권을 걸고 내기를 하기로 한다.”(중략)
손은 1990년에 이르러 백조자리 X-1은 블랙홀일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져 그 확률이 95%까지 치솟았다고 말했다. 그것은 호킹이 패배를 인정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높은 확률이었다. 손은 그때 일어난 일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1990년 6월의 어느 날 밤, 나는 모스크바에서 러시아인 동료들과 함께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때 스티븐 호킹과 그 가족들과 친구들이 칼텍의 내 사무실에 난입해 내기 계약서가 보관된 액자를 발견하고는, 그 위에 패배를 인정하는 쪽지를 호킹의 지장과 함께 남겼다.” (본문 175~176페이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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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새로운 블랙홀이 태어나고 있다
별만 한 크기의 블랙홀은 별의 생애에서 또 하나의 가능한(비록 드물긴 하지만) 종착역이다. 별 1000개 중 하나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에 그 모습을 숨기면서 종말을 맞이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렇다면 우리은하 안에만 그런 블랙홀이 1억 개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초침이 한 번 재깍거릴 때마다 우주 어딘가에서 새로운 블랙홀이 태어나고 있다. (중략)
새 장은 2015년 9월 14일에 날아온 아주 짧지만 매력적인 노래로 시작되었다. 그날 꼭두새벽에 두 LIGO 관측소에서 동시에 지구를 지나가는 중력파가 기록되었다.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었다. 그 신호는 10분의 몇 초 동안만 지속되었다. 초당 30사이클 ? 아주 낮은 저음 ? 로 시작했다가 빠르게 높아지면서 초당 약 250사이클로 올림가 음 또는 나 음까지 올라갔다. 그것은 LIGO 과학자들의 귀에는 음악처럼, 수십 년 동안 듣길 간절히 소망해온 교향곡처럼 들렸다. (중략)
2015년 9월 14일 새벽에 포착된 중력파는 두 블랙홀 자체에서 나온 직접적이고 집단적인 고함소리였다. 그것은 “여기 우리가 있어, 여기 우리가 있다고!”라고 외치는 소리였다. (본문 315~316페이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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